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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일상(구)

오싹했던 한라산의 추억 [한라산 산행기 11] EOS 60D

친구랑 둘이서 한라산을 찾았던 그 해 여름은 몹시 더웠던 것으로 생각난다. 윗세오름 주변 평원지대에 돗자리 펴고 하루 밤 난장에서 자고 아침에 하산 하려는 계획을 했었다. 힘들어 하는 친구를 윗세오름에서 쉬게 하고, 백록담에 홀로 올라가 발을 담그고 내려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8시가 다 되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구상나무 군락지 바로 앞 평원지대에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하려는 등산객들이 몇 보였다. 텐트가 없었던 우리는 각자 돗자리를 휙 던져 펴고 벌러덩 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한라산~~ 우리가 한라산에 왔다~~~~”

 

이때 휘리릭~~, 휘리릭~~” 호루라기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산장관리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 왔다. “아저씨, 학생~ 여기다 텐트 치면 안돼요~ 산장은 자리가 없으니 어서 내려가세요.” “~ 이런~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 했는데 어쩌란 말인가?” 주섬주섬 짐을 챙겨 어쩔 수 없이 하산 길에 올라야 했다. 벌써 어두워 졌다. 랜턴도 없는 하산길이다.

▶영실절벽

랜턴을 보유한 주변 아저씨들 꽁무니 따라 내려가는 수 밖에 없었다. 5~6명이 함께 내려갔다. 랜턴을 가지신 분이 앞장서며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셨다. “ 좌측에 절벽~ “ 하며 소리치면 그 다음 사람도 뒤따른 사람에게 전달 해준다. “좌측에 절벽~.’ “전방 2m 바위~~, “전방 2m 바위~~”하며 겨우 밤길 하산을 하였다. 지금 와서 보니 정말 아찔한 절벽이다. 지금은 등산로 따라 안전 펜스와 줄이 쳐져 있지만 그 당시는 아무것도 없는 흙 길 이었다. 질퍽한 흙 길 따라 내려오면서 등골에 식은 땀이 오싹하게 흘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 영실 하산코스

희미한 인가의 불 빛이 보였다. 등산로 입구에는 조그마한 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어슴푸레 한 기억을 더듬어 보니 무속인 집이었던 것 같다. 12시가 훨씬 넘었다. 불빛을 보고 나니 긴장이 확 풀렸다. 허기도 졌다. 같이 내려왔던 일행들은 먼저 내려갔다.

 

우리는 물이라도 얻어 마시고 내려가려고 문을 두드렸다. 깜깜한 밤에 외딴집에서 한 노파가 문을 스르륵 열며 쳐다 봤다. 오싹했다. “할머니~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먹을 것 좀 주세요~” 용기를 내어 말을 건냈다. 할머니는 배고프겠다며 제사를 끝내고 남은 떡이 있다며 백설기 두 덩어리를 우리에게 주었다. 너무나 배가 고팠다. 몇 번 씹지도 않고 냉수 한 사발 들이키며 백설기 들이켰다. 시원한 물과 함께 입속 에서 풀어 해쳐진 달달 한 백설기 맛, 그 맛이 그리워진다.

 



허기를 채우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그때 머리를 빡빡 깍은 모습의 전경 2명이 어디서 왔는지 나타나서 말을 한다. “영실 코스는 밤에 내려오면 위험한데~ 왜 이리 늦은 시간에 내려옵니까?”  둘러보니 그 바로 옆에 회색 건물의 전경 초소가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 영실 하산길 풍경

더 이상 다리가 풀려서 못 내려가니 잘 만한 곳이 없습니까?” 하며 말을 건 냈다. “초소 창고가 있는데요 거기라도 괜찮겠습니까? 좀 추울 텐데요~.” 하며 스치레폼 패널 4장을 가져다 준다. 한 장은 깔고 한 장은 덮고~~. 한 여름에 이렇게 떨어 본적은 그때가 처음이다. 스치레폼으로도 밑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아 주지 못했다. 한 여름에 이가 덜 덜 덜 떨리는 현상을 처음으로 경험해 봤다. 둘이서 웅크리고 떨면서 뜬눈으로 밤을 세고 이름 아침 하산 하였다. 정확한 위치는 기억 못하지만 그 자리가 영실 매표소가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28년이 지난 후에 그 영실 코스를 다른 친구랑 둘이서 다시 내려오고 있다. 그 때는 늦어 볼 수 없었지만 아찔한 절벽과 수묵화 같은 아름다운 설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환상적이다.

 

영실 등산로 입구까지 오니 어느새 오후 6시가 다 되었다. 오늘도 날이 저물어 버렸다. 버스는 4:30분에 끊긴다고 한다. 택시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걱정이다. 차는 어리목 1100 도로에 새워났기 때문에 다시 어리목으로 가야 했다. 택시 한대가 들어온다. 다른 사람 태워 주고 다시 올 테니 기다리란다. 40분을 다시 기다려 그 택시를 타고 어리목 차가 있는 곳으로 같다. 차를 끌고 저녁을 먹기 위해 제주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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