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 여름의 일이었다. 방학을 이틀 앞두고 긴 여름 방학을 무얼 하며 보낼 지 고민이었다. “우리 제주도나 한번 가볼까?” 같은 반 친구 몇 명에게 말을 던졌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집에 내려가는 계획 때문에 주저하였다. 그 중에 서울 사는 한 친구가 흔쾌히 가자고 했다. “부산 들러 제주도로 가자~”. 그렇게 해서 20여 년 전, 둘이서 각자 딸랑 3만원을 가지고 시작한 제주도 여행이었다.
글로리아 호텔 옆에 모래사구에 텐트를 치고 2박3일을 보냈다. 부산이 집인 친구와 합류해 해운대에서 신나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 3일째 되던 날 부산 사는 친구는 남겨두고 저녁 7시 페리를 타고 제주도를 향했다. 다음날 아침 7:30분에 제주항에서 아침을 맞았다.
[한라산 산행기 1] 폭설로 입산 통제란다. 한라산 설경 점.점.점. [한라산 산행기 2]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사제비 동산 가는길 [한라산 산행기 3] 사제비 동산, 바로 이곳이 정토다 [한라산 산행기 4] 인생의 기쁨은 어디에나 있다 [한라산 산행기 5] 아! 백설 위 희망의 한라원정대 |
그리고 9박10일 동안 걸어서 제주여행을 했던 추억이 있다. 곽지 해수욕장을 기점으로 해서 협재, 화순, 산방굴사, 중문, 함덕 해수욕장까지 걸어서 행군할 수 있는 패기가 그 시절에는 있었다. 그 시절 제주도는 정말 깨끗하고 인심도 좋았다. 곽지와 협재에서는 해수욕장 바위틈에서 제주도 말로 “보말”이라고 부르는 고둥을 잡아와 끼니를 때웠다. 한번 나가면 티셔츠로 한아름 담아 올 수 있을 정도로 많았던 기억이 난다. 저녁은 날 것으로 먹고, 남은 것은 아침에 삶아 먹었다. 완전 수렵생활을 했지만 인생에 가장 즐거운 여행이었다.
밥을 해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행군하다 만나는 낚시하는 사람들도 구세주였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인데요, 아침부터 먹질 못해서 그런데 먹을 것 조금만 주시면 안돼요?” 하면 “서울에서 왔수강?” 하며 흔쾌히 먹을 거리를 주셨다. 밥 한 덩어리와 잡은 고기 그 자리에 잘라 된장에 찍어 주시던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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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몇 번 여름에 휴가 때 제주도를 찾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운전하고, 해수욕장에서 애들 돌보고, 여기저기 다니며 노력봉사 하느라 그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오랜 기간 평소에 친하게 지내며 산행을 함께 자주 했던 부산 친구와 늘 한라산 산행을 계획하곤 했다.
“언제 한번 한라산 가야지?”,
“그래 가자.”
“인천항에서 밤에 출발하는 배도 있다고 하던 데…”
“그렇게 가는 것도 좋은 추억이지… 함 가자...”
이런 말을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주고 받은 기억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 올 들어 또 그 이야기가 나와 내친 김에 비행기표를 예약 해 버렸다. 비행기표만 들고 무작정 출발한 산행이었다. 옛 추억을 회상하며 걷는 동안 어느새 만세동산에 도착했다. 주변 설경과 어울러진 만세동산 등반객들이 모여있는 광경을 보는 순간 그 시절 감동이 되살아 났다.
“아~~ 정말 환상적이다. “
“마치 새로운 세계에 막 도착한 사람들이 우주선에서 내려 감탄하고 있는 모습 같구나”
“이번 계획을 실행하길 참 잘했다. 말뿐인 계획만 계속 해 왔다면 이런 감동을 맛볼 수가 있겠나?”
황홀경에 빠져 한참을 감상하다 먼저 가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향해 발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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