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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일상(구)/매기의 추억

4월은 '상그러운 반어'다

 

 




4월도 어느덧 절반을 넘어 오고야 말았다.

봄!

물상()이 소생하는 4월! 나는 래저러스,부활이요...죽음에서 일어나리라...

생명이 움트고 명지바람 언저리 는실난실 풀과 나무들에 배어드는 것이

영락없는 싱그러움이다.

그러나 4월은 봄의 반어다. 상당한.

 

우선 음악을 듣자. 4월의 음악.

 

 

 

April is a cruel time!

후반부 노래 첫 가사이다.

"4월은 잔인하다."

 

이 쯤 생각나는 시인도 있다. 엘리어트.

그의 시구(詩句)도 한자락 끌어 와 보자.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                        

                         T.S 엘리엇(Eliot) '황무지'(The Waste Land : 1922년작)

 

 

 

겨우내 죽음에 비늘로 감싸인 생명이 깨어나  기지개를 펴며 꽃몸살을 앓아대니

그 '잔인함'이 바로  생명의 역설이리라.

그러나 여기 슬픔이 또 있다.

 

 

사십여번을 넘게 맞이하는 봄이 이제는 짧고도

빨라서 세월이 서럽다.

 

 

 나날이 늙어가니 몇 번이나 봄 만날까.    

 老峰春能幾回(점노봉춘능기회)
 
 강가의 봄날이 다 가는 게 슬퍼서
 腸斷春江欲盡頭(장단춘강욕진두)

 

봄 가고 여름인데 몇 날이나 살겠다고

人生機何春己夏(인생기하춘기하)

 

꿀처럼 맛좋은 술 어찌 아니 내놓으리

不放香醪료如蜜甛(불방향료여밀첨)

 

  절구만흥9수(絶句漫興 9首)중에서 

                                                  두보(杜甫)


 


 

조선 화가 겸재 정선의 '꽃 아래서 취해' 속 노인네를 보노라면 그 애닮음이 절로 밴다.

꽃나무 가지 꺽어 놓으며 기울이는 술잔속에,세월은 꺽여 더디 흐를까?  

'두보'가 노래하듯 늙기가 애절하다.  

 

 

"청춘들아! 우쭐대지 마라.

그대들은 봄맞이가 즐거우나,노년은 봄앓이가 힘겹다.

하여 젊은이들아,봄나들이 꽃길 아래 취해 쓰러진 노인을 보거들랑 뒷날의 날인가 여겨라."

 

손철주'옛 그림을 보면 옛 생각 난다' 중에서                                                                                                               

 

사진 윤웅석/글 임승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