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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MBA

연(蓮), 냉정한 그리움 살 속 깊은 곳까지 전해오는 습한 기운,하루의 삶이 빨려 들어 갈듯한 느낌,무거운 발걸음의 역류함이 7월 장마와 함께한다. 무거운 발걸음은 진흙 못에서 청정하고 아름답게 핀 연꽃의 향연과 함께 사라진다. 화사한 꽃송이로 피어나기 위한 지난 세월의 눈물처럼 꽃잎에 매친 빗물이 시린 눈동자도 물들인다. 한가하게 흔들리는 연 잎에는 버들가지의 가련한 영혼처럼 무기력한 그리움이 함께한다. 흔들리는 연 잎 아래에서 하룻밤을 생각한들 화려함이 다시 찾아오리오 마는, 꽃 속에 품은 냉정한 열매로 가슴을 메운다. 다시 진흙 속으로 되돌아 오지만 항상 밝은 본성을 잃지 않고 불생불멸(不生不滅)한다 더보기
왜 파문이 이는 것일까? 마음 깊은 곳 거미줄 같은 가는 인연의 줄이 가끔 길상사로 끌어낸다. 가끔 찾아서 위안을 만들어 내는 곳이기도 하다. 감로수를 품에 않고 있는 관세음 보살상의 온화한 얼굴에서 말없는 염화시중의 미소가 전해진다. 오늘은 무더운 한 여름 오후라서 그런지 범종각 아래 약수터의 물 떨어지는 소리와 모습이 보살상의 염화미소 보다 먼저 들어온다. "똑~~~~~똑~~~~또~~~~옥 !" 떨어지는 물 방울을 잡아 보겠다고 카메라를 대고 연방 셔터를 눌러 댔다. 우연찮게 함께 한 사진친구가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말한다. "빛 받은 파문을 보세요, 너무 환상적입니다." 퍼져가는 파문 따라 찰랑이는 빛이 환상적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함께한 사진친구를 밀쳐내고 그 자리에서 셔터를 눌러 댔다. "왜 파문이 .. 더보기
짧은 과거의 기억이 지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지리산에서] 요즘 생각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항상 달고 사는 말이기는 하지만 설명도 정의도 어려운 단어이기도 하다. 일전 컨설팅을 해 주었던 회사의 연구 소장님과 차를 마시면서 오후 내내 마음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연세가 지긋이 드신 소장님이시다. "윤선생 마음이 무엇 인줄 아나? 한자로 心이라고 하는 것 말이야! 우리가 항상 쓰는 말이잖아. 마음이 아프다, 마음씨가 좋다~, 마음이 불편하다.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우리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지, 그게 멀까?" " 글쎄요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데요." 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나를 보고 웃으시며 화이트 보드에 생각(生角 )이라는 한자를 쓰시며 말씀 하신다. "생각의 다발이 마음이지. 그런대 말이야 대부분의 생각은 무엇과 관련 있는 줄 알아?.. 더보기
[궁궐의 봄 #2] 꽃과 함께 담은 세월의 무상함 창경궁의 뜰에 진달래가 활짝 피었습니다. 어렸을 때 김밥 싸 들고 소풍 왔던 기억이 납니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떠들며 즐겁게 놀던 곳이기도 합니다. 나무 사이, 풀밭 사이사이 선생님이 숨겨 놓았던 보물쪽지 찾느라 뛰어다던 곳이기도 합니다. 화생대회 때마다 저 진달래 대신 있던 매화를 그리던 기억도 납니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들 데리고 나와 노는 모습 보며 흐뭇한 미소 짓던 뜰이기도 합니다. 화사하게 핀 꽃과 함께 세월의 무상함을 함께 담아 봅니다. 사진/글 소산 윤웅석 더보기
[궁궐의 봄 #1] - 민들레 홀씨처럼 찾아온 봄 지난 주말(4/21, 4/22) 이틀 내 내린 비가 궁궐의 대지를 촉촉히 적시어 주었다보다.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궁궐 뜰에는 잔디가 제법 파래지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에는 보지 못했던 민들레가 잔디밭 여기저기를 꽉 매우고 있다. 홀씨가 바람에 날다 땅에 내려 않으면, 채 열흘도 싹이 나고 꽃을 피우는 민들레 처럼, 도심 궁궐에도 어느새 봄이 찾아들었다. 한주가 또 지나면 그 꽃은 홀씨되어 홀연히 사라지고 다른 세월을 재촉할 것이다. 사진/글 소산 윤웅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