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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일상(구)

'유한존재의 덧 없음'에 관한 명제를 생각하다-지리산 성삼재


2012년 5웛 19일 이른 새벽 성삼재


이른 새벽 구름이 차지한 성삼재는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능선 너머 신선들의 모습을 감추기라도 하는 양 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수 천년 동안 저 능선을 넘나들며 보듬고 쓰다듬어 가면서 지금의 모습을 지켜왔을 것이다. 성삼재에 올라서 저 구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는 세월 오는 백발 초라해진 내 모습이 몹시 아쉽다. 학창시절 회초리 맞아가며 외웠던 우탁의 탄로가(嘆老歌)를 이제서야 조금 이해 할 것 같다.

한 손에 막대를 쥐고 또 한 손에는 가시를 쥐고

늙는 길을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을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서 지름길로 오는구나.


2012년 5월 19일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른는 길


성삼재의 흐르는 구름을 뒤로 하고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은 영화속 키아노리부스가 되어 그야말로 구름속 산책이다. 현대 도시의 복잡한 일상과 추악한 인간의 내면을 벗어던지고, 평화롭고 열심히 일한 대로 자연으로부터 보상 밭은 구름속 이상사회를 회상해본다.아름다룬 영상의 기억과 훈훈한 가족애,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감동이 되살아난다. 


노고단 가는 구름속 산책로

 

마음은 단 걸음에 올라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저질이라 쉬이 올라가지 못한다. 오를수록 기분은 좋아지는데, 몸은 헥헥거리고 숨이차며, 다리는 아파온다. 저질체력이다. 생각은 뭐든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은 이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려야 할 나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언제 이렇게 되어버렸지? 지리산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했을 법 하다. 수백년 동안 지리산은 그대로 있었겠지만 찾는 사람은 해마다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당나라 유정지(劉廷芝)시처럼 말이다. 

......중략...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건만(年年歲歲花相似),

해마다 사람 얼굴은 같지 않다네(歲歲年年人不同)."



유한한 존재인 사람은 시간에서 객관적으로 벗어나기 어렵다. 노고단 산장에 걸터 않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억속 희노애락을 더듬어 보니 참으로 덧 없다. 


"유한한 존재로서 남은 시간 무엇을하며 어떻게 보내야 할까? "라는 명제가 주어진다. 설명하거나 해석할 마땅한 답도 없이 명제만 노고단에서 받아간다. 


2012년 5월 19일 지리산 대피소에서 바라본 지리산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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