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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로가

헤이리에서 시간이 준 명제를 다시 생각하다 파주 헤이리 어느 갤러리 앞에 시계를 짊어지고 있는 모습을 한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분절된 공간 속에서 영속되는 시간을 분절시키려 애쓰는 모습이다.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힘겨운 모습이다. 시시포스의 부조리한 노력처럼 흐르는 시간을 멈추려는 모습에서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엉켜있는 삶이 보인다. 매듭이 하나하나 만들어졌던 분절된 단면만 보면 희로애락이 되살아 나겠지만, 그 단면을 재구성하면 바로 내 몸이 되고 지금의 삶이 된다. 시간을 짊어지고 애쓰는 모습과 삶의 매듭으로 구성된 동상 앞에서 잠시 지나온 기억이 스크린에 흘러가듯 짧게 뇌 속에 반추된다. 이제서야 학창시절 회초리 맺어가며 외웠던 우탁의 탄로가((嘆老歌)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 할 것 같다. 헤이리의 두 동상이 시간에서 객관적으로 벗어나기 어려운 .. 더보기
'유한존재의 덧 없음'에 관한 명제를 생각하다-지리산 성삼재 이른 새벽 구름이 차지한 성삼재는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능선 너머 신선들의 모습을 감추기라도 하는 양 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수 천년 동안 저 능선을 넘나들며 보듬고 쓰다듬어 가면서 지금의 모습을 지켜왔을 것이다. 성삼재에 올라서 저 구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는 세월 오는 백발 초라해진 내 모습이 몹시 아쉽다. 학창시절 회초리 맞아가며 외웠던 우탁의 탄로가(嘆老歌)를 이제서야 조금 이해 할 것 같다. 한 손에 막대를 쥐고 또 한 손에는 가시를 쥐고 늙는 길을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을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서 지름길로 오는구나. 성삼재의 흐르는 구름을 뒤로 하고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은 영화속 키아노리부스가 되어 그야말로 구름속 산책이다. 현대 도시의 복잡한 일상과 추악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