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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일상(구)/매기의 추억

(우화)사랑하는 이들은 왜 바다를, 호수를 가고자하는가?

 

 

 

 









(소양호에 관한 몽상)
글/ 임승택 



소양호의 안개는 사람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안개가 흰명주자락으로 널리면 사람 시야는 묶이고
그때마다 일손을 놓고 하나,둘 소양호로 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는 사람들은 출렁이는 물을 바라보며
지난 날 헤어져선 안될 무언가를 생각해내곤 그리워하며,슬픔에 빠진다.
안개는 그런 사람들을 짙게 감싸고
물보라를 켜며 물살을 헤집고 나타나는
은어떼와 함께 슬픈 해후를 돕는다. 

그러니까 소양호는 안개를 통해 결별되고
맺어 있어야 할 사람을 서로 닿게 이어주는 셈이다.
소양호가 멍울이 깊은 이유는 그때마다 흘린 은어의 눈물 때문이라고 한다.
농무속에 잠시나마 헤어진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멍울진 눈물을 담고 있어야  하는 것.
그러나 따지고보면 그들을 은어떼로 가둬놓은 아이러니는
소양호가 받는 형벌에 다름이 아니다.

원래 소양호는 어떤 거인의 가슴속 내밀하게 흐르던 사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거인의 사랑은 너무 커 볼 수 없으니 아는이도, 받아보려는 이도 없으련만
외로움과 고독으로 지친 나머지 거인은 그만 심술을 피웠는데
가슴을 열어 푸른 비늘을 늘어뜨리고 지금의 소양호로 누운것이다.
그런 가슴자락에서 흘리는 물비늘에 이끌린 남자들은 순간 은어로 갇히게 되었다.
윤달 낀 해는 여자만 은어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끌림'을 두려워하기 시작했고,'서로 끌리는 사랑'마저 천벌이라고 수근거렸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사실을 모르던 거인 별자리 '은별'이 천상에서 거인을 찾아 왔을때
은어떼들이 흘렸던 눈물을 보고 심한 질투를 했다고 한다.
눈물의 희부신 코발트 빛은 자신의 별빛보다 선명하게 빛을 그어냈기 때문이다.
거인이 지상에다 빛망울을 훔쳐놨다는 생각에 화가 난 은별은
은어들의 눈물임을 모른채 모조리 거두어 神의 정원에 뿌렸다.
그 코발트 눈물빛을 본 천상의 모든 신들은 은별에게 매년 푸른 별을 뿌리도록 명령했고
거인은 가슴을 헤집어 물길자락으로 풀은 채 영원히 있어야하는 운명으로 변했다.
거인은  이제 자신의 물빛 사랑을 거둬들이고 싶어도 거둘 수 없었다.
결국 소양호 깊은 어느곳 또다른 은어가 되어, 자신이 만든 형벌에 끊임없이 눈물짓는 신세가 된 것이다. 

지금 막 사랑을 하게된 善男善女들이
소양호를 가게되는 것은 안개가 불러들이는 것이며 물 푸른 기억을 더듬는거라 한다.
아래의 노래는 비가오고, 물안개가 퍼지면 소양호 어디선가 거인이 부른다는 노래이다.

                  
                    강물까지 멈추도록
                    사랑한다 고백하지말라.
                    누군가 하염없이 사랑한다는 건
                    절반 쯤 죽어있는 자신을 발견하는것.
                    일렁이며 반짝이는 햇살
                    물 평면 비늘을 가른다고
                    거인의 마음을 안 것은 아니리라.
                    生老病死의 것이
                    그것을 벗어났다면
                    이미 江은 江이 아니고
                    아닌 바다가 출렁일뿐.
                    무덤에서 나온 건 언제나 무덤을 짓는다.




Pink Floyd 의  The Great Gig in the sky.
은어떼의 멍울진 울음.
이 음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