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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 Mark IIII

세석평전에 불시착한 어린왕자(1) 지리산의 최대 고원지대인 세석평전(細石平田)에 막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1,600m 높은 산속에 작은 돌이 많은 평평한 밭처럼 넓게 펼쳐 저 있다. 중신세 이후에 형성된 오래된 고원지대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고위평탄면)이 오랜 세월 침식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탄면(저위평탄면) 형태로 만들어진 곳이다. 마치 나뭇잎을 펼쳐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나뭇잎 한 복판에 자리잡은 대피소는 벽소령과 장터목을 힘들게 막 넘어온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벽소령은 노고단 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거쳐야 하는 길목이다. 겹겹이 쌓인 산 위로 떠오르는 달 빛이 희다 못해 푸른 빛을 띤다 하여 벽소한월(碧宵寒月)이라 부른다. 벽소령에 뜨는 달이 지리산 풍경 중 제4경에 해.. 더보기
헤이리에서 시간이 준 명제를 다시 생각하다 파주 헤이리 어느 갤러리 앞에 시계를 짊어지고 있는 모습을 한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분절된 공간 속에서 영속되는 시간을 분절시키려 애쓰는 모습이다.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힘겨운 모습이다. 시시포스의 부조리한 노력처럼 흐르는 시간을 멈추려는 모습에서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엉켜있는 삶이 보인다. 매듭이 하나하나 만들어졌던 분절된 단면만 보면 희로애락이 되살아 나겠지만, 그 단면을 재구성하면 바로 내 몸이 되고 지금의 삶이 된다. 시간을 짊어지고 애쓰는 모습과 삶의 매듭으로 구성된 동상 앞에서 잠시 지나온 기억이 스크린에 흘러가듯 짧게 뇌 속에 반추된다. 이제서야 학창시절 회초리 맺어가며 외웠던 우탁의 탄로가((嘆老歌)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 할 것 같다. 헤이리의 두 동상이 시간에서 객관적으로 벗어나기 어려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