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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일상(구)/인생노트

달집에 태워보낸 소망

정월 대보름 소원을 쓰는 아이(2013,2.24 남산 한옥마을)



지난 일요일(2013 2 25) 남산 한옥마을에서 대보름 맞이 달집태우기 행사가  있었다. 여려가지 이유 때문에 미뤄왔던 나들이를 일제히 대보름에  맞추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두꺼운 몸을 비집고 들어가기조차 힘든 인파들로 한옥마을은 가득 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앙증맞도록 귀여운 고사리 손으로 달집에 매달 소원을 쓰고 있는 여자아이의 손에 유독 시선이 머문다. 엄마의 무릎에 안겨 맑고 향기로운 미소로 일곱 살 소망을 써내려 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미소이다.

 

되돌아보면 나이 보다 행복했던 시절은 없었던 같다. 바로 때가 바로 내가 나였던 때였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철이 들어가갈 무렵부터 주변사람들이 내게 들오기 시작 시작했다. 그리고 안에 있는 다른 사람의 만큼 나를 잃어가기 시작 했다. 스스로 범속해진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해 없는 끊임 없는 경쟁 속에 나머지 나를 내어주어야 했다.

 

앙증맞은 손이 끝을 없는 시간 속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 끝을 알지도 못하는 무작정 끝으로 향하고 있는 크로노스의 함정에 같혀있는 모습니다. 시간의 씨줄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불안한 모습으로 뒤를 돌아 보고 있다. 아이가 잠시 멈춰 소망을 써내려 가는 순간이 보여주는 스스로의 삶의 의미와 깊이를 새기는 시간의 날줄이 많이 빠져 있다.

촘촘한 씨줄과 듬성듬성한 날줄로 짜여진 현재의 삶이 참으로 어정쩡하다. 아이는 시간을 더해가지만 나는 시간을 빼가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의 나를 보면 참으로 어리석다. 시간의 씨줄에 위태롭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철이 들어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수평적 시간의 씨줄만 다시 강조하니 말이다.




잠시 나를 바라보는 동안 엄마와 아이는 소원을 적은 종이를 세끼 줄에 매달고 있다.아이가 손을 내밀어  틈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매달고 있다나도 작은 소망의 언어로 쓰여진 소원을 아이가  매달고 있는 종이 더해본다이제  철이 들어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시간의 씨줄과 날줄을 조화롭게 엮어 마음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라면서…." 


대보름달이 휘영청 모습을 들어내고, 달집에 불이 집혀진다. 토닥토닥 달집에 불 붙는 소리와 짚타는 내음이 정겹기까지 하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달을 맞는다. 빨갛게 타오르는 불꽃에 나의 말없는 소망 함께 태워보낸다.  그리고 우리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