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 우측의 꽃무릇 화단
드디어 선운사 일주문을 들어 섰다.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푸른 들판이다. 꽃무릇의 피빛이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슬픔과 기쁨을,고난과 행복을 극명하게 가른다. 이렇게 선명하고 강렬하게 느낌을 가르는 꽃무리를 일찍이 본적이 없다.
"아! 이래서 이른 새벽 나를 이 멀리, 이 자리에 있게 만들었구나!"
마법처럼 내 마음을 내주었다. 애절한 전설처럼 마음을 내주었다. 함께할 수 없은 사랑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내어 줄 수 밖에 없다. 어쩔수 없는 욕심때문에 나를 다스리지 못하고 꽃무릇의 유혹에 빠지게 한것이다. 이렇게 해서 선운사에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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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빛 받은 꽃무릇 | 푸른하늘과 꽃무릇 | 붉은 융단같은 꽃무릇 |
한가위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9/28) 평소 보다 일찍 퇴근하여 카메라 들고 길상사를 찾았다.길상사 잎구 화단에 작은 꽃무릇 화단을 카메라에 담아보기 위해서다. 잎을 보지 못하고 항상 그리워 피를 토하는 상사화 꽃무릇을 담기 위해 찾은 것이다. 길상사는 그런 "사랑이"가 있는 곳이다."아쁠사~" 꽃무릇이 다 지고 없다. 몇 남지 않은 꽃도 삐둘삐둘 말라 볼품이 없다. 극락전 위로 한가위 보름달이 휘영청 밝아온다.
어쩔수 없이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누워 뒹굴다가 일어났다. 시간이 참으로 안간다. 지난 주 사진카페 회원들이 담아와 게시판에 올린 사진들이 뇌속을 휘 젓고 다닌다.선운사 꽃무릇도 지기 시작한다고 한다."선운사 꽃무릇을 보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하나?" 채우지 못한 욕구 때문인지 마음이 답답하다. 귀성객들로 고속도로가 막히기 시작한다는 뉴스이다. 자정이 넘었다. 나도 모르게 카메라와 차 키를 챙기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선운사로 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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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으로 만든 보름달 | 비와 자동차 후미등 보케 |
12:30분에 집을 나와 선운사로 향했다. 천안까지 꽉 막혀있다. "아! 이런~ 비까지 내리고 그래~, 괜히 출발한거 아냐?" 시간이 지나니 후회스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지루함도 달랠 겸 앞 유리창의 비, 가로등, 그리고 자동차 후미등으로 보케 샷을 날려본다. 선운사에는 아침 7시에 도착하였다.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날은 흐려 빛이 없었다. 일주문을 들어서자마 차를 몰고 곧장 도솔암으로 향했다. 이렇게 해서 선운사 나홀로 출사 여행이 시작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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