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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일상(구)

스마트폰은 확장된 나의 몸이다


민속박물관에서

경복궁 민속박물관 어느 전시실에 있던 검은색 전화기에 시선이 간다. 주로 안방 경대 주변이나 장식장 근처를 차지하고 놓여 있었던 안방 터주대감 중에 하나였다. 대면 소통이 일반화 되어 있던 그 시절 전화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획기적인 도구임에는 분명하다. 거리를 넘어서 소리로서 나와 친구를, 나와 가족을, 이웃과 이웃을 연결 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소통의 수단이면서 전화는 보유 자체가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이다. 특히 백색전화(소유권 이전이 자유로웠던 전화, 전화번호를 사고 팔 수 있었음)는 돈 많은 지역 유지들만 보유할 수 있었다. 쌀 한 가마에 7만원도 채 되지 않은 시절 백색전화를 놓기 위해서는 20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이 필요 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유무선 전화를 신청하면 당일 계통 해 주지만 그 당시는 회선이 부족하여 신청 후 몇 달 지나야 겨우 설치 해 주곤 했던 기억이 난다. 동네에 전화 있는 집이 몇 집 되지도 않았다. 

부의 상징이었으며 소통의 핵심 수단이었던 그 전화가 스마트 해졌다. 안방 한 켠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전화기는 나와 더욱 밀착해서 하루 종일 항상 함께한다. 

스마트폰 벨 소리에 잠을 깨고 출근하면서 지하철 안에서 친구와 카톡한다. 그리고 동호회 카페의 게시 글에 댓 글을 단다. 출근길 어제 밤 전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접한다. 어제 못 본 드라마를 다시 보기도 하고, 어학을 듣기도 하며, 음악을 듣기도 한다. 

출근하면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회의실에서는 칠판에 쓴 회의 내용을 사진 찍어 회의록 대용으로 참석자에게 보낸다. 점심 시간이 되면 주변 맛 집을 검색하고, 스마트폰의 다음 지도를 이용해 그 집을 찾는다. 맛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게시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려 소셜친구들과 나누다. 길을 가다 멋진 장면이나 재미있는 장면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린다. 스마트폰이 나와 함께하는 일상이다. 스마트폰이 내 행위를 지배하고, 내 생각을 지배한다. 그리고 소셜과 소통하게 해준다. 


케빈 켈리가 『기술의 충격』에서 말 한 것처럼 기술(technology)이 인간을 확장시키고 있다. "기술은 생각을 위한 확장된 몸이다. 마음의 확장이다. 나의 확장된 몸이 몸이다…….. 테크늄(technium)이다." 


(테크늄은 세계적이며 상호 연결되어 있는 기술계통(system of technology)을 말함. 케빈 켈리는 이 테크늄이 40억년간 진화를 이끈 '숨은 손'이라고 보고 있음)

마셜 맥루언을 비롯한 학자들도 기술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옷이 사람의 확장된 피부, 바퀴는 확장된 발, 카메라는 확장된 눈이 된다. 기술은 유전자로 만들어준 거대한 몸의 외연을 확장 시켜준다." 

분명 늘 내 몸과 함께하는 스마트폰은 나의 확장된 손과 발이고, 확장된 눈이고, 확장된 피부이고, 생각을 지배하는 확장된 두뇌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