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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MBA/사진과경영

미루어진 실천은 후회와 불필요한 계획을 만든다 - 윤동주 동산에서


푸른 하늘 위에다 솜 뭉치를 뿌려 놓은 듯 하다. 맑고 깨끗하고, 시원한 기운이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전해지는 아침이다. 상암동에 있는 자동차 검사장까지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자동차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하는 마지막 날이다. 11시까지는 가야 오전에 검사를 맞추고 다음 일정을 소화 해 낼 수 있다.

 

정릉에서 상암동까지 북악 스카이웨이 길을 선택하여 차를 몰았다. 30분이면 충분히 길이라 10 30분에 출발하였다. 북악 스카이웨이 길을 드라이브 하는 많은 사물들이 스크린에 비친 영상물처럼 스쳐 지나간다. 강아지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들, 초록의 등산복에 배낭을 매고 한 손에는 스틱을 들고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아직은 여물지는 않았지만 곧 피울 꽃을 준비하는 개나리의 꽃망울도 보인다.

 

그 중에서도 시선을 끄는 풍경이 있다. 전날 밤 내린 잔설이 덮고 있는 북한산의 모습과 송 뭉치를 뿌려 놓은 듯한 몽실몽실한 솜 뭉치를 뿌려 놓은 듯한 푸른 하늘의 구름이다. 망설여 진다. 차를 대어 놓고 사진을 찍고 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갈 것인가? 왕복 이차로의 좁은 길이라 차를 세울 것이 마땅치 않다.

 

북악스카이웨이 골프 연습장을 지난다. 마음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사진을 찍고 싶지만 검사장까지 가는 시간이 빠듯하다. “저 모습을 사진에 담아야 하는 데 …”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멋 진 구름모습이 마음을 괴롭히지만 가속기에서 발을 때지 못하고 계속 운전하고 있다. “팔각정에서는 잠시 차를 멈추고 찍어야지 … “ 차는 팔각정을 지나간다. 차 안에 디지털 시계가 10:50분을 가리키고 있다.  11까지 검사장에 가야만 한다는 제약조건이 압박한다. 망설여진다. 또 가속기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오늘은 바쁘니 다음기회에 찍자~, 또 기회가 있겠지~” 아쉬움 속에 더욱 가속하며 길을 재촉했다.
 
▶ 윤동주 동산에서 찍은 서울 하늘(클릭하면 크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차는 어느새 윤동주 동산 앞길을 지나고 있었다. 부암동쪽에서 사직동 방향으로 윤동주 시인 동상을 막 돌아가는 어귀에 펼쳐진 모습이 다른 세상이다. 길모퉁이에 오래된 집들과 나무들이 마치 서양의 오래된 마을처럼 그려져 있다. 언덕에 올라 손을 뻗치면 V자 모양으로 낳게 떠있는 구름이 금방이라도 잡힐 듯하다. 마을 교회의 첨탑이 구름과 맛 닿아 있다. 수 십 번 이 길을 지나 다녔기 때문에 봤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평생 처음 보는 모습이다.

 

이 광경을 지나쳐 100m 정도 운전하며 지나친다.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 때문에 차를 멈추어 세웠다.

 

내가 살아 오면서 얼마나 많은 기회들이 스쳐 지나갔을까? 이 기회들을 바쁘다는 이유를 다 지나쳐 버리고 아쉬워만 하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달성 할 수 있을지도 모른 계획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 지금 이순간이 중요하지. 저 광경을 언제 만나겠는가?"



자동차 검사 못 받으면 다음에 또 시간을 내어 받으면 되지~. 아니면 벌금 조금 내지 머~” 라고 마음먹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되돌아가 연거푸 셔터를 눌러댔다.

▶윤동주 동산에서 바라본 북한산

 

조직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여려 회사를 자문하면서 경영회의에 자주 배석하곤 하였다. 그 때마다 느낀 점이 빠른 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결론을 못 내리고 논의만 하고 계획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가 버리고 새로운 상황이 펼쳐 진다. 같은 안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반복된다.

 

그때 논의 했던 조건과 많이 달라진 상황이다. 빠른 결정이 잘못된 결정 보다 낳을 수 있다. 빠름이 느림을 지배하고, 빠름이 많음을 지배하는 시대이다. 경영에서도 사진처럼 수많은 구성요소를 종합하여 순간 셔터를 누르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 같다.

사진/글 윤웅석



▶ 북한산 하늘위의 구름과 설경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사진속 일상]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