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속 일상(구)

헤이리에서 시간이 준 명제를 다시 생각하다 파주 헤이리 어느 갤러리 앞에 시계를 짊어지고 있는 모습을 한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분절된 공간 속에서 영속되는 시간을 분절시키려 애쓰는 모습이다.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힘겨운 모습이다. 시시포스의 부조리한 노력처럼 흐르는 시간을 멈추려는 모습에서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엉켜있는 삶이 보인다. 매듭이 하나하나 만들어졌던 분절된 단면만 보면 희로애락이 되살아 나겠지만, 그 단면을 재구성하면 바로 내 몸이 되고 지금의 삶이 된다. 시간을 짊어지고 애쓰는 모습과 삶의 매듭으로 구성된 동상 앞에서 잠시 지나온 기억이 스크린에 흘러가듯 짧게 뇌 속에 반추된다. 이제서야 학창시절 회초리 맺어가며 외웠던 우탁의 탄로가((嘆老歌)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 할 것 같다. 헤이리의 두 동상이 시간에서 객관적으로 벗어나기 어려운 .. 더보기
임진각의 슬픈나무 종이가 매달려 있는 나무를 바라보는 젊은 청춘의 모습에서 몇 해전 중요한 회의 석상의 일화가 떠오른다. 회장님, 사장님,그리고 핵심 의사결정 라인에 있는 임원을 모시고 하는 회의였다. 한 손에는 레이저 포인터를 들고, 다른 한 손은 큰 모션의 제스처로 열정적으로 그룹의 미래 전략적 방향을 설명하고 있을 때 였다. 그 때 회장님께서 "윤선생 ! 잠깐만~" 하고 외치며, 벌떡 일어나시더니 본인 책상 의자 밑 007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시고 말씀을 하신다. "윤선생 당신 강의를 듣다 보니, 내가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각났어. 어제 밤에 잠이 오질 않아, 밤 세 읽어 던 책인데 말이야~"하며 책을 한 권 꺼내 들고 회의 책상에 앉으셨다. "앉아봐! 여기 앉아봐~"하며 말씀하셨다. 멋쩍은 표정으.. 더보기
'유한존재의 덧 없음'에 관한 명제를 생각하다-지리산 성삼재 이른 새벽 구름이 차지한 성삼재는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능선 너머 신선들의 모습을 감추기라도 하는 양 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수 천년 동안 저 능선을 넘나들며 보듬고 쓰다듬어 가면서 지금의 모습을 지켜왔을 것이다. 성삼재에 올라서 저 구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는 세월 오는 백발 초라해진 내 모습이 몹시 아쉽다. 학창시절 회초리 맞아가며 외웠던 우탁의 탄로가(嘆老歌)를 이제서야 조금 이해 할 것 같다. 한 손에 막대를 쥐고 또 한 손에는 가시를 쥐고 늙는 길을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을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서 지름길로 오는구나. 성삼재의 흐르는 구름을 뒤로 하고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은 영화속 키아노리부스가 되어 그야말로 구름속 산책이다. 현대 도시의 복잡한 일상과 추악한 .. 더보기
[궁궐의 봄 #3] 통명전의 스마트폰 사랑 5월 어느 날, 궁궐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통명전 찾았다. 왕의 여인들이 살았던 사랑의 내전 이였다는 것을 안내판이 알리고 있다. 후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건물에서 사랑과 질투와 한이 묻어난다. 때마침 내린 봄비는 긴 세월 한 맺힌 인현황후의 눈물인 냥 기와를 촉촉히 적시며 흘러 내린다. 애 닯은 사랑을 서러워 하는 듯 주말 내내 비가 내린다. 한동안 그 비를 맞으며, 멍 하니 서있는다. 서러운 사랑을 추억하며.... 그 다음 주말 허전함과 왕비의 서러움을 달랠 겸 통명전을 다시 찾았다. 젊은 시절 인현왕후 후원을 바라보며 한숨 짖고 앉아 있었을 후원 마루에 젊은 남녀 한 쌍이 앉아 사랑을 나누고 있다. 서로 껴안기도 하고, 키스도하고,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그리고 그들 사랑 사이에는 스마트.. 더보기
[궁궐의 봄 #2] 꽃과 함께 담은 세월의 무상함 창경궁의 뜰에 진달래가 활짝 피었습니다. 어렸을 때 김밥 싸 들고 소풍 왔던 기억이 납니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떠들며 즐겁게 놀던 곳이기도 합니다. 나무 사이, 풀밭 사이사이 선생님이 숨겨 놓았던 보물쪽지 찾느라 뛰어다던 곳이기도 합니다. 화생대회 때마다 저 진달래 대신 있던 매화를 그리던 기억도 납니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들 데리고 나와 노는 모습 보며 흐뭇한 미소 짓던 뜰이기도 합니다. 화사하게 핀 꽃과 함께 세월의 무상함을 함께 담아 봅니다. 사진/글 소산 윤웅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