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중청 대피소이다. 1박으로 산행 하는 사람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햇반, 가스,물, 라면은 여기서 구입할 수 있다. 사람들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중청 대피소 뒤로 보이는 왼쪽길은 한계령에서 넘오는 길다. 오른쪽은 백담사와 비선대로 향하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 가다보면 소청봉을 거쳐 백담사로 내려가는 길과 희운각 대피소를 거쳐 비선대로 내려가는 갈래길을 만난다.
단풍시즌이 끝나면 설악산은 산불예방을 위하여 1달간 입산금지된다. 매년 크리스마스 전후로 입산금지가 해제되곤 한다. 4~5년 전으로 기억된다. 12/27일 입산금지가 해제되던 다음날 친구랑 둘이서 무박 2일 설악산을 다녀온 기억이 난다. 오색으로 올라 대청봉을 거쳐 천불동 계곡을 지나 비선대로 하산하였다. 올라가는데 4시간 반시간 내려오는데 5시간 걸린 힘든 산행이었다. 몇 일 전 내린 눈이 무릎까지 싸였었다. 앞서간 사람들이 막 내어 놓은 눈 길 따라 힘들게 올랐던 기억이 난다. 대청봉은 영하 20도 체감온도로는 영하 40도였다. 증명사진이라도 찍으려고 소니 디카를 꺼내 들고 전원스위치를 켜는 순간 줌이 얼어 작동 불능이 되었다. 그 당시 꽤 지불하고 산 소니 사이버샷이 그때 고장 나 지금까지 먹통이다. 그 이듬해 12/29일 눈이 많이 쌓인 설악산을 홀로 한계령을 거쳐 비선대로 내려온 적이 있다. 깜깜한 눈 빛 밖에 없는 깜깜한 밤 한계령으로 향하는 세갈래 길에서 귀떼기봉 쪽으로 길을 잘 못 들어 홀로 2시간을 헤매던 기억이 새롭다. 다시 설악산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져왔다.
마침 뉴스에서 이번 주말(10/13~14)에 단풍이 절정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지난 여름 지리산 비박 산행의 색다른 기쁨 때문에 설악산에서도 해보고 싶은 욕구가 불현듯 솟구쳤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사무실 근처 남대문 시장에서 비박용 자충식 매트와 조그마한 가스버너를 장만하였다. 그래서 떠난 설악산 비박 산행이다. 매주 금/토일 밤 11시 동대문에서 떠나는 전문산악회 버스가 항상 있다는 걸 잘 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과거에 이용했던 산악회 찾아내고 산악대장에게 자리를 부탁했다. 이번에는 무박이 아니라 적당한 장소를 찾아 비박을 계획하고 돌아오는 편은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로 잡아다.
자충식 매트, 침낭, 비박색, 비를 막을 타프, 라면 세게, 오리고기 조금, 햇반 2개, 가스버너, 가스, 오리털 파카를 배낭에 꾸겨 넣고 나니 카메라 장비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조끼직 카메라 가망에 16-35mm, 24-70mm, 70-200mm, 2x 컨버터를 챙겼다. 삼각대는 배낭밖에 걸었다. 앞에는 카매라 장비, 등에는 비박장비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이걸 들고 올라갈 수 있을까? " 짐을 지켜보던 아내가 걱정스럽다는 듯 처다 보며 말을 건낸다.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이왕 마음먹은 것 가보자 하고 밤 10시 집을 나섰다. 이렇게 시작된 설악산 단풍산행이다.
한계령으로 오르고 대청봉을 가보지 않은 백담사로 내려올 계획이었다. 산악회 대장 말이 오색은 길이 잘 정비되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으나, 한계령 코스는 갈래 길도 많아 밤이라 해 맬 수 있다는 안내 방송을 한다. 과거 한계령에서 길을 잃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오르는 코스를 급 변경 해 오색으로 결정했다. "아 오색은 계속 오르막이라 힘들고 지루한데….."
등산객들의 헤드렌턴 행열 | 오색으로 오르는 도중의 일출 | 이미 낙엽이 되어버린 단풍 |
내설악 휴게소에서 북어해장국을 먹고, 오색에 2시 반에 도착했다. 신발끈도 고쳐매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헤드렌턴도 점검하고 2:40분경 오색을 출발했다. 오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무거운 장비 탓에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올랐다. 같은 차에 탔던 일행들은 벌써 앞서가고 있다. 30분 정도 지났들까 뒤를 돌아보니 헤드렌턴 행렬이 끝이 없다.6:30분에 부터 일출이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오르기도 했지만 오르는 길 정체가 심해 발길을 제촉할 수 없다. 오늘이 등반대회도 있고 해서 설악산에 일만명 정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대청봉은 한참 남았는데 이미 해가 뜨기 시작했다. 대청봉을 밟기도 전에 날이 밝았다. 정상 부근 단풍은 이미 지고 없다. 낙엽만이뒬굴며 등산객의 발에 치여 먼지만 날린다.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다 보면 정장 바로 아래 군막사가 있던 곳이 있다. 지금은 그자리가 풀밭으로되어 마지막 쉼터를 제공해준다. 여기서 짐을 풀고 모닝 빵으로 허기를 채운다. 이른 새벽 등반이라 여기적기 풀밭에 등대고 자는 사람이 보인다. 가방에서 매트꺼내 펴고 40분정도 눙르 붙였다. 요란한 헬기가 잠을 깨운다. 하산하여 집에와 뉴스를 들으니 무리한 등산을 하던 50대가 쓸어졌다는 소식이다.
대청봉에서 증명사진 찍는 사람들 | 대청봉에서 내려다본 천불동계곡 |
대청봉 정상을 알리는 비석앞은 발 디딜 틈도 없다. 증명사진을 남길려는 사람으로 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충 주변에서 사진 찍는 사람도 많다.대청봉 정상에서 본 천불동 게곡과 공룡능선이다. 구름 아래 저 끝에 흔들 바위도 보인다. 중청대피소에서 짐을 풀었다. 생리적 현상도 해결하고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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