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약수터의 파문
마음 깊은 곳 거미줄 같은 가는 인연의 줄이 가끔 길상사로 끌어낸다. 가끔 찾아서 위안을 만들어 내는 곳이기도 하다. 감로수를 품에 않고 있는 관세음 보살상의 온화한 얼굴에서 말없는 염화시중의 미소가 전해진다.
감로수를 않고 있는 관음보살상
오늘은 무더운 한 여름 오후라서 그런지 범종각 아래 약수터의 물 떨어지는 소리와 모습이 보살상의 염화미소 보다 먼저 들어온다.
"똑~~~~~똑~~~~또~~~~옥 !"
떨어지는 물 방울을 잡아 보겠다고 카메라를 대고 연방 셔터를 눌러 댔다. 우연찮게 함께 한 사진친구가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말한다.
"빛 받은 파문을 보세요, 너무 환상적입니다."
퍼져가는 파문 따라 찰랑이는 빛이 환상적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함께한 사진친구를 밀쳐내고 그 자리에서 셔터를 눌러 댔다.
"왜 파문이 일지?"
길상사 약수터
이 생각과 함께 작은 아들이 6살 때 난생 처음으로 매를 들고 몹시 때렸던 기억이 흘러간다. 아마도 사소한 거짓말 하는 것을 보았는데 하지 않았다고 우겼기 때문에 순간 화가나 매를 들었다. 그리고 끝까지 거짓말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아이의 말에 더 화가나 더 심하게 매질을 해 대었다.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애를 잡은 것이다. 10살이 된 작은 아들은 지금도 그 때 이야기를 꺼내면 난 잘 못한 것이 없는데 아빠가 때렸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셔터를 누른 동안 여러 가지 잡생각이 뇌리 속으로 흘러간다. 80년대 초 중반 혼란기 대학교 1학년 때이다. 캠퍼스에는 사과탄과 화염병의 공방이 있을 때다. 이 때문에 종종 휴강이 많았던 시절이다. 이 시절 주로 당구장에서 당구 치며, 교정 한구석에서 신문지 깔아놓고 고스톱을 치곤 했다. 이 때 항상 책을 한 권 가지고 다녔는데 그 책 이름이 "철학 에세이"이다. 그 책에 "왜 파문이 일어 났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온 걸로 기억 난다. 기억을 더듬으면 대충 이런 내용 이였던 것 같다.
" 물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어나는 이유는 첫째로 돌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외형적으로 보이는 원인이고, 근 본적인 원인은 물이 자체적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파문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 물리학적으로는 물결이라고 하는 것은 흐트러진 수면에 중력과 표면 장력이 복원력으로 작용하여 생겨나는 파동이다. 다시 말해 돌을 던지면, 물방울이 떨어지면 중력과 표면장력이 원래의 모양으로 복원하려 하는 힘이 작용한다. 물이나 돌이 떨어지는 지점에서 파가 생겨서 일정한 속력으로 주기를 가지고 펴져나가기 때문에 둥그런 원이 그려진다고 한다.
물은 외부 자극을 받으면 이렇게 파형이 생기는 성질을 타고 났다. 내가 몹시 아이를 때렸던 이유도 아이의 거짓말 보다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나의 성질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극락전 전경
사진/글 小山 윤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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