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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 일상(구)

세석평전에 불시착한 어린왕자(1)

 

이른 새벽 촛대봉에서 내려다본 세석 대피소

 

지리산의 최대 고원지대인 세석평전(細石平田)에 막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1,600m 높은 산속에 작은 돌이 많은 평평한 밭처럼 넓게 펼쳐 저 있다. 중신세 이후에 형성된 오래된 고원지대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고위평탄면)이 오랜 세월 침식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탄면(저위평탄면) 형태로 만들어진 곳이다. 마치 나뭇잎을 펼쳐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나뭇잎 한 복판에 자리잡은 대피소는 벽소령과 장터목을 힘들게 막 넘어온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병소령 가는길의 겹겹이 쌓인 능선

 

벽소령은 노고단 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거쳐야 하는 길목이다. 겹겹이 쌓인 산 위로 떠오르는 달 빛이 희다 못해 푸른 빛을 띤다 하여 벽소한월(碧宵寒月)이라 부른다. 벽소령에 뜨는 달이 지리산 풍경 중 제4경에 해당한다. 음력 4월 초파일 아직 달은 아직 여물지 않았으며, 땅거미 질 무렵이라서 그런지 아직 그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장터목 설명 표지판

장터목은 옛 날에 산청과 함양 사람들이 물물교환과 물건을 사고 팔던 장이 섰던 곳이다. 천왕봉, 백무동, 중산리, 세석평전에서  넘어 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세석평전은 이렇게 두 곳에서 오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거나 하루 밤을 지내가는 곳이다. 세석 대피소 주변에서 철쭉, 털진달래 작은 나무들과 다양한 야생화를 있다. 5 중순이 되면 평전의 넓은 밭을 붉게 물들이고, 진달래 향이 페르몬 처럼 오가는 사람을 진하게 하루 밤을 유혹한다.

 

부처님 오신 날 찾은 세석의 진달래, 철쭉의 꽃과 향은 이미 시간이 회수해간 뒤였다. 그래도 세석 대피소는 하루 밤을 의지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대피소 주변 공터는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 저녁을 막 먹고 있는 사람, 그리고 막 대피소에 도착한 사람들로 분주하다. 여기저기 고기 굽는 냄새, 끓는 물에 넣은 라면과 수프의 고소한 냄새가 평전 주변으로 조용히 퍼져나간다.

 

시간이 제법 흐른 것 같다. 주변은 이제 어두워 졌고, 산장 주변만 빛이 있다. 사람들도 이 빛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다. 오며, 가며 서로 인사들 나누었던 사람들끼리, 삼겹살에 잔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 꽃을 피운다. 마치 먼 길 여행에서 지금 막 돌아온 나그네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친지들에게 여행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밤 깊어가는 줄 모르는 흥미 진진하고, 시끌버적 한 이야기가 뻥 뚫린 어두운 하늘 통로를 타고 올라가고 있을 무렵이다. 벽소령 쪽에서 넘어오는 세석평전 입구 하늘에서 검은 연기꼬리를 길게 느린 채로 지금까지 본적인 없는 비행물체가 불시착 하고 있다. 둥근 공 모양을 한 비행물체는 축구공이 잔디밭을 구르듯 평전입구 철쭉 군락지에 미끄러지듯 조용히 비상 착륙한다. 공처럼 생긴 비행체에 위쪽 해치 문이 열리고, 붉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미끄러져 내려온다. 뿌연 먼지가 하늘로 솟구친다. 양손에는 스틱을 들고 있고 등에는 푸른색 배낭을 지고 있다. 먼지를 훌훌 털고, 오솔길 양쪽으로 뻗은 철쭉 가치를 양손으로 제치며, 무거운 몸을 끌고 대피소 쪽으로 향하고 있다. 잠시 후 비행물체는 흙 집이 무너지듯 흙 먼지를 뿜어대며 주저 않자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다. 대피소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술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불시착한 어린왕자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약500m를 걸어서 대피소에 막 도착하였다.

 

글/사진 小山 윤웅석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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