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대체로 아이들에게 기대 섞인 정성으로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한다. 큰 아이가 3살 때이다. 싱가포르로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다. 열대지방의 따뜻한 날씨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풍성 한 열대 과일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주롱 새공원의 홍학과, 구관조 등 다양한 새들을 보며 좋아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떠난 여행 이었다. 그런데 그 놈이 커서 사춘기 중2가 된다. “그 때 싱가포르에서 놀던 기억 나냐?라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반응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요” 이다. “점.점.점.”
초딩 3년이 되는 둘째가 있다. 그 놈의 입에 붙어 있는 말이 있다. “아빠는 나랑 놀아주지도 않고….” 내가 늦둥이였기 때문에 아빠랑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 “이제 기억할 만한 나이가 됐으니 이놈들에게 아빠랑 재미있게 놀았던 어린 시절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의무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 겨울방학 때 두 놈 데리고 주말마다 장호항, 대관령 양떼목장, 선자령, 춘천 신포리 빙어축제에 다녀왔다. 사춘기가 된 큰 놈은 좋아는 하지만 시큰둥한 반응이고, 둘째 놈은 마냥 신이나 있다.
▶ 대관령 양떼목장
▶ 선자령 등반
아빠 아이패드에 있는 낚시게임을 좋아하는 둘째가 실제로 낚시를 꼭 해보겠다고 해서 개학을 앞둔 전날 강원도 춘천에 있는 신포리 빙어축제를 찾았다
. “아빠~ 빙어가 한 마리도 없어~, 왜 이러는 거야?” 하며 푸념석인 목소리가 들린다. “구더기 신선한 걸로 갈아 끼워봐~~~,” 라고 건성건성 얼버무렸다. 둘째의 투덜대는 푸념은 들어오지 않고, 저 멀리 망원렌즈에 잡힌 두 아이의 모습이 시선을 끈다. 젊은 엄마 아빠는 얼음구멍으로 견지낚시 대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아이들에게 먼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춘천신포리 빙어낚시
춘천호 빙판 위에 앉아 있는 저 애들이 크면 엄마 아빠의 이 정성을 기억이나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싱가포르 여행이 떠올랐다. 먼가를 더 해주고 싶은 엄마 아빠의 욕심이 애들을 더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빠른 기대와 욕심을 버리자 …” , “그래 저 애들의 존재 자체가 행복이겠지..”
나를 보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을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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