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山소산
2011. 9. 19. 00:06
점심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자주 찾는 남산. 풋감이 가을을 재촉하고, 도심 숲속 한 낮의 고요함이 틀에 박힌 일상을 달랜다.
숲속 나무의 새로운 가지와 꽃밭의 마지막 꽃들이 가는 세월 아쉬운 듯 유혹하고, 가을 문턱의 막판 늦더위 해바라기 잎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공원을 관리하는 분이 해바라기의 고통을 어찌 알았는지 막판 목마름을 시원한 물줄기로 해소해 주고 있다.
그늘 한켠에서는 인생을 회고하는 듯, 살아온 기억을 지우고 싶은 듯 상념에 빠져든 중년들의 모습에 고닯음이 보인다. 중년이 되어 갈 수록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그리워 진다. 법정 스님이 표현하신 중년의 삶이 더욱더 가슴에 와 닫는다.
 
법정이 말하는 중년의 살
친구여!!
나이가 들면
설치지 말고 미운 소리,
우는소리,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 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 마소.
적당히 져 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 하는 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친구여!!
돈,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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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은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를 만나거든 술 한 잔 사주고
불쌍한 사람 보면 베풀어주고
손주 보면 용돈 한푼 줄 돈 있어야
늙으막에 내 몸 돌봐주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
우리끼리 말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라오.
옛날 일들일랑 모두 다 잊고
잘난체 자랑일랑 하지를 마오
우리들의 시대는 다 지나가고 있으니
아무리 버티려고 애를 써봐도
가는 세월은 잡을 수가 없으니
그대는 뜨는 해 나는 지는 해
그런 마음으로 지내시구려.
나의 자녀,나의 손자,그리고 이웃 누구에게든지
좋게 뵈는 마음씨 좋은 이로 살으시구려
멍청하면 안되오.
아프면 안되오.
그러면 괄시를 한다오.
아무쪼록 오래 오래 살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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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_도서관앞2011_09_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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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중년의 모습 뒤로는 소풍 온 어린아이들과 현장 학습 온듯 싶은 초등하교 고학년인 듯 싶은 아이들의 밟게 노는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자 해맑게 포즈를 취하는 자유로운 모습이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다.
이들이 자라 청년이 되고 풋사랑도 하고 다시 중년이 되어 지나온 세월과 다가올 세월에 대하여, 홀로 고민하며 또 다시 남산을 찾을 지 모르겠다.